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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의 탄생, 구마 겐고

금융

by 도시연구소 2015. 1. 2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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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세계에서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출현한 '모더니즘'이라는 스타일이 일세를 풍미하며 세계적인 유행이 됐습니다. 모더니즘이란 콘크리트, 철, 유리를 사용한 기능적이고 투명한 공업사회의 제복 같은 건축 양식을 가리킵니다.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라는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유럽의 '거장'이 모더니즘을 탄생시킨 아버지입니다.

 

모더니즘을 탄생시킨 것은 유럽이지만 그 양식을 폭발적으로 확대한 건 미국이었습니다. 그 계를 만든 게 주택담보대출의 발명과 자동차 산업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주택난이 시작되는 것은 역사의 법칙입니다. 제1차 세게대전 뒤, 국민의 주택 부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유럽과 미국은 대조적인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유럽에서는 각국 정부가 임대료가 싼 공영주택을 대거 지었습니다. 그 이전부터 유럽 서민에게 집이란 소유하는 게 아니라 빌리는 게 통념이었습니다. 자기 집을 짓는다는 행위는 왕족이나 귀족 같은 일부 사람에게만 허용된 특권으로, 대중에게 집은 원래 거기에 있는 것을 빌리는 겁니다. 이는 목조 임대주택이 도시를 빼곡하게 뒤덮고 있던 전쟁 전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 뒤 미국이 채택한 정책은 유럽과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은 도시 밖에 있는 녹지를 개간해서 교외라는 새로운 곳에 집을 지어 사람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때 함께 내놓은 시스템이 주택담보대출이었습니다. 교외의 내 집과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정책은 사회의 추진력이 되어 건설 산업은 물론 자동차 산업, 전기 산업, 금융업, 제조업까지 모든 산업을 활성화했습니다. '교외에 내 집을 사들인 보수적인 핵가족이 푸른 잔디밭 위에서 행복하게 산다'는 미국 문화는 이렇게 확립됐고, 이 생활양식의 발명으로 미국경제는 유럽경제를 앞지르게 됐습니다.

 

세계를 재패한 '미국적 시스템'은 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허구적인 금융 시스템입니다. 이 허구를 점점 더 쌓아 올린 끝에 세계화로 불리는 금융자본이 이끄는 도박적인 자본주의가 출현했습니다. 잔디밭 위의 흰 집에서 모든 허구가 시작된 겁니다. 세계화라는 시스템은 잘 진행되면 흥청망청 하지만, 일단 그 가면이 벗겨지면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하며 모든 것을 무너뜨립니다. 현재 세계는 유럽과 아시아,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조차도 이 힘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구마 겐고, <나, 건축가 구마 겐고, 안그라픽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나는 주택의 교환가치 전액에다 담보대출 기간 동안 매달 이자까지 지불해야 한다. 이 기간이 모두 끝나면, 가량 30년쯤 뒤에 나는 이 주택을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주택을 담보대출금융으로 구매하는 것은 아주 기이한 거래 방식이다. 5퍼센트의 이자로 10만 달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30년간 지불하는 총금액은 약 19만 5,000달러이며, 따라서 실제로 채무자는 10만 달러 가치의 자신을 구입하기 위해 9만 5,000달러의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런 거래는 상식에 어긋난다. 그런데도 나는 어째서 이런 거래를 하는 것일까? 물론 거주공간으로서 집의 사용가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한 소유권을 획득할 때까지 9만 5,000달러를 내며 그 집에서 산다는 답이 나올 수 있다. 이는 내가 궁극적으로 집 전체의 교환가치를 확보한 경우를 제외하고 30년간 집주인에게 9만 5,000달러의 지대를 지불하는 것과 같다. 결국 집은 내게 일종의 저축, 교환가치의 저장소가 된다. 

 

데이비드 하비, <자본의 17가지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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